시간이 없다
거짓말. 사실은 집중력이 떨어지는거지.
steep * gradual = 1
중간시험이라는 게 끝난지 벌써 열흘이 넘었다. 마지막 날 시험을 준비하느라 아침일찍 가서 점심시간이 되기 조금 전 쯤 자리를 치우고 일어나는데 건너편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가방을 들고 오더니 내가 일어나는 자리에 놓는다. 호시탐탐 잉여좌석을 원하는 하이에나들이 가득한 도서관. 이런 빌어먹을 선진국. 집단의 수준은 구성원이 결정한다.
졸업할 때가 되니 본전생각이 나서 학교 영상자료실에 있는 DVD를 한 번 보기로 맘먹고 오! 수정이라는 영화를 찾았다. 갑자기 이게 왜 보고싶었는지는 잘 모르겠고, 암튼 이걸 찾아서 예약을 해놓은지 한 달이 지나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껍데기에는 "이 영화를 보면 뽀뽀가, 키스가, 섹스가 하고 싶다" 아놔 진짜. 이제껏 영화에서건 현실세계에서건 키스씬을 이렇게 집중해서 본 적이 없는데 입술을 저렇게 맛있게 훔치는걸 보니까 미치겠더라는 얘기.
취직이 안될거라는 걱정은 안한다. 배부른 소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안되어서 고민이 아니라 어디를 갈까가 고민인거지. 그렇다고 이력서를 넣은곳마다 다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최종합격 통지를 보내온 회사 중에서 골라 가는 바람직한 상황이 오길 바라며 여기저기 찔러넣어보지만 서류부터 짤려나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런데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애초에 가지도 않으리라 떠벌여놨던 회사에서도 자기를 붙여주기를 바라게 되더라는거다. 발표예정일이 되면 두근두근 발표났다고 문자오면 두근두근 사이트 들어가서 이름주민번호비밀번호 치면서 두근두근 화면이 뜨는 순간 두근두근. 굳이 또 예를 들자면 어차피 한남자랑 살아야하는 상황인데 모든 남자가 자기한테 관심을 가져주고 고백해오길 바라는 마음정도? 그마음 참 고약하기도 하지.
방금 컴퓨터를 끄고 줄넘기 몇 번 넘고 샤워하기 전에 책 한권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들어갔다. 그런데 아빠가 주무시기 전에 그 책을 쓱 보시더니 아예 의자를 빼고 앉아서 읽기 시작하신다. 열받는다. 학교에서 빌려놓은 책들을 내방 책상옆에 놨는데 형이 볼때도 그런다. 내가 자주들어가는 사이트에 형이 접속해있는걸 보고 피가 꺼꾸로 도는듯했다. 뭐든지 오픈, 오픈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실체가 드러나니까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뭐를 숨기고 싶었고 독점하고 싶었던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오픈소스프로젝트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클로즈드 베타였던거. 쪽팔린다.
에 2006년의 추석이 왔습니다. 일주일 내내 휴가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조용하네요. 올해에는 휘영청 밝은달이 떠오른다고 하니까 소원들 많이많이 이루시구요. 전 일단 소원이 뭔지좀 찾아봐야겠습니다. 적어놓은게 어디갔지--;;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의 즐추를 강추합니다.
넣어놓은 취업원서의 서류전형결과가 나오기 시작한다. 요 며칠 정말 불안했다. 벌써 취직은 되었고 진학을 알아보는 친구들도 있고 다들 열심히 이력서를 쓰고 또 좋은 회사들에 갈텐데 나만 안되면 어쩌나라는 생각때문에 글씨가 눈에 안들어오더라. 다 되는데 나만 안된다라... 혼자라도 괜찮다고 여유부리던건 그나마 같이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사치였다. 난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안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무시하면서 안간다고 곳들이 다시 보이고 안쓴게 후회도 된다. 한참 캠퍼스리쿠르팅을 나온 회사에서 대접받고 설명들으면서 눈만 높아졌고 연봉이 얼마네 거긴 대우가 어떻네 평가를 하다가 진짜 내가 가고싶어하던 일이 사라졌다. 어디간거야. 이젠 일이 안보이고 자리만 눈에 들어온다는 얘기가 맞다. 이 위치에서 더 내려가기 싫은 마음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