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anuary 2007

누워서

퇴근을 하는데 지하철이 너무 느리게 달린다. 가만히 서있을 힘이 없는데, 갈아타는 역 한정거장 전에 생긴 자리에 앉으면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대로 있었다. 가장 길게 느껴지는 환승역구간을 지나 열차를 탔다. 오늘따라 내 얼굴에 자신이 없다. 내 얼굴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게 싫다. 집에서 누워 있는 상태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는 순간이 가장 좋고 행복했다. 밥먹고 자고 일어나면 내일 또 출근을 하고 자리에 앉아 일을 하고 교육을 받아야하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면 된다. 일단 저녁을 먹고 누웠다. 8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상관없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정체되어있는 나의 밤생활. 피곤하지만 하고 싶은 일 때문에 잘 수 없는게 아니라 잠이 먼저가 되어버린 이 생활. 그렇지만 씻지도 않고 누울 순 없지.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발을 씻고 다시 누웠다. 잔다... 열한시반 메세지가 하나 와서 깼다. 40자도 안되는 내용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잠은 달아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잘 시간이 되었는데 잠이 달아났다. 한참을 생각해서 답을 보냈다. 낼 아침에 다시 보내야지. 수험서를 하나 사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다른 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기억이 났다. 받지도 않은 월급, 돈을 땡겨서 책을 결제하고 지금 이시간. 회사에서는 넋을 잃고 인터넷을 할 시간이 잠시도 주어지지 않는다. 참 여유가 없구나. 인터넷을 할 시간이 없는 회사생활이, 아니면 인터넷이 없으면 심심한 내 삶이?

이제 몇 시간 있으면 알람이 울릴것이고 나는 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주말에 다려놓은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하고 구두를 신고 출근을 한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사람의 생이라지만 나에게 내일의 삶이 주어진다면 또 저렇게 하루를 시작할거다. 내일 하루의 삶이 행복으로 채워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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