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August 2006

수강신청

이제 몇 시간있으면 대학생활의 마지막을 찍는 수강신청을 하게 된다.

1999년 2학기가 시작되기 얼마 전, 아무것도 몰라서 시키는대로 신청할 수 밖에 없었던 대학초년생의 1학기와는 달리 우리에게는 마음대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나름대로 마음이 맞던 4명의 친구들이 정해진 반에서 떨어져나와서 입맛에 맞게 시간표를 다시 짜서 모두 같은 수업을 듣게 되었다. 아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팀플레이. 굳이 성적과 취업을 연관시키지 않더라도 열심히 놀고 공부하던 때였고 즐거웠다.

이듬해 첫학기가 시작되기 전 두명은 군대를 갔는데 남은 둘은 신청기간도 잊은 채 방황하다가 되는대로 같은 과목에 다른 교수의 강의를 신청했고 공부도 생활도 모조리 참패. 점심시간도 맞추지 못하고 과제도 시험준비도 따로따로 해야했던 시기였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생각도 잘 안하고 내 자신의 어설픈 실력을 믿으면서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내 정신상태의 완전한 패배였다.

그때로부터 몇년이 지난 지금, 졸업하기까지 이제 한 학기를 남겨놓은 대학생으로서 대학에서는 과연 무엇을 배워야 했던걸까를 생각해보면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당장은 무엇보다 잘 맞는 학우들을 만나서 팀을 짜고 시간표를 정해서 같이 듣고 공부하는 것, 이것이 자율성을 보장하는 대학이라는 곳에서 꼭 배워야 할 능력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일 나의 시간표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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